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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

유교의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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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교의 참뜻


유학(儒學)·유교(儒敎)라고 말할 때의 '유(儒)'란 유(柔)·유(濡)·윤(潤)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유(柔)는 부드럽다는 뜻이고, 유(濡)는 스며들다·젖다의 뜻이며, 윤(潤)은 (물에 젖어) 붇다·윤택하다는 뜻이다. 세 글자 모두 '젖다'와 관련이 있는데 이것은 곧 옛 어진 이가 가르친 도(道)를 배우고 익혀서 자기 몸에 젖게 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러한 사람을 유라고 했고, 유에는 '선비', '학자'라는 뜻도 들어 있다. 더 넓게 해석을 하면 "사람의 도리를 익혀 자기 몸에 젖게 한 뒤에 부드러운 모습으로 남을 가르쳐서 마치 하얀 종이에 물이 스며들듯이 상대방의 마음속에 가르침이 젖어들게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자기 몸에 젖게 하는 것은 자기 몸을 닦는 일, 곧 자기 수양이니, 이것을 수기(修己)라 하고 남을 가르쳐서 편안하게 하는 일은 안인(安人)이라 하는데, 수기(修己:자기 몸을 닦는 일)와 안인(安人:남을 편안하게 하는 일)은 유학 사상의 바탕이 된다. 말하자면 두 수레바퀴인 것이다.
 

이와 같이 유(儒)는 먼저 자기의 마음가짐 몸가짐을 올바르게 닦은 후에 남도 가르쳐서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도리를 알게 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하며, 평화로운 삶을 누리게 한다. 따라서 유는 이 세상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 꼭 있어야 하는 사람, 수인(需人) 곧 필수적인 사람이다.
 

유(儒)의 집단을 체계적으로 만든 것은 공부자이다. 공부자께서는 지금부터 2,500여 년 전인 B.C. 551년(周靈王 21년, 魯 襄公 22년)에 중국의 노나라에서 태어나 73세까지 살다 가신 분이다. 공부자께서는 어릴 적부터 부지런히 학문에 힘을 써서 드디어는 새로운 진리를 깨닫기에 이르렀다
 

2. 유학의 근본사상
 

(1) 사랑의 철학

인간은 사회를 이루고 사는 군서(群棲)동물이다. 따라서 인간 사이의 관계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유교에서는 '인(仁)'의 글자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너와 나의 관계를 통해서 모든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교는 바로 인간의 관계 속에서 윤리 도덕을 기초로 한 철학이고 종교이다.

흔히 유학의 근본 사상을 인(仁)이라고 한다. 논어에 나타난 공부자의 말씀을 종합해 보면 "인은 곧 사랑이다"라고 한 마디로 말할 수 있다. 즉, '인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주자도 인은 '사랑의 원리(愛之理)'라 주석하고 있다.

인(仁)이라는 한문 글자를 봐도 그 뜻에 사랑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은 인(人)과 이(二), 곧 이인(二人)으로 이뤄진 글자인 것이다. 이인(二人) 즉 두 사람이다. '너'와 '나'인 것이다. 너와 나, 그 사이의 관계를 말한다. 너와 나 사이의 사귐에 흐르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사랑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인(仁)은 사랑이다.

동서고금 어느 종교도 사랑을 근본 사상으로 하지 않는 예가 없다. 불교의 자비(慈悲)도, 기독교의 박애(博愛)도 다 사랑이다. 그런데 유교의 사랑이란 다른 종교와는 달리 단계적으로 사랑을 베풀어 모든 인류에게까지 확산시키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것에 자비를 베푼다'거나 '널리 사랑한다'거나 '만인에게 평등한 사랑을 펴라'는 말은 좋지만 이것은 인간의 본성을 무시한 말이다. 남보다는 나 자신이 소중하고, 남의 부모보다는 내 부모가 소중하며 남의 자식을 똑같이 사랑하라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자칫 가식적이고 형식적으로 되기 쉽다. 그래서 유교에서는 "가까운 사람을 사랑하고서 남을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말하자면 내 부모를 존경하고 사랑해서 그 절실한 마음을 남의 부모에게 그대로 옮기고, 내 어린 자식을 어여삐 여기고 보살핀 뒤에 그 절실한 사랑을 고스란히 남의 자식에게도 옮기라는 뜻이다. '내 마음을 미뤄서 남에게 미치는(推己及人)' 정신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학의 윤리는 한결같이 '너'와 '나', 곧 인간 관계를 규정하고 있다.

유학의 근본 윤리라 할 수 있는 오륜(五倫)도 모두 너와 나 사이를 규정하고 있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친함(父子有親)", "임금과 신하 사이의 의리(君臣有義)", "남편과 아내 사이의 분별(夫婦有別)", "어른과 어린이 사이의 질서(長幼有序)", "친구와 친구 사이의 믿음(朋友有信)"이 모두 그러한 관계의 중요성을 말한다.

(2) 변화의 철학

유교의 근본 사상은 역(易)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역'은 세 가지 원리를 포함하고 있는데, 변역(變易), 불역(不易), 이간(易簡)이 그것이다.

첫째, 변역이란 변하고 바뀐다는 뜻이다. 이 세상 아니 우주와 그 속을 채우고 있는 삼라만상(森羅萬象)은 끊임없이 변한다는 말이다. 역(易)이라는 글자는 해(日)와 달(月)을 뜻한다고 한다. 해(日)와 달(月)이 합해 역(易)이 된 것이고 해와 달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갈마들듯이 이 세상 모든 것은 바뀌고 있다. 역은 또 음양(陰陽)이라고 한다. 우주만물은 음과 양으로 이뤄진다. 음과 양이 갈라지고 합하고(離合), 성하고 사그라지고(盛衰), 없어지고 자라남(消長)에 따라 삼라만상은 모습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또한 역은 또 도마뱀의 상형(象形)이라고 한다. 글자 윗 부분은 도마뱀의 머리이고 아랫부분은 다리이다. 도마뱀은 하루에 열두 번 몸빛을 변한다. 열두 번이라는 것은 많다는 것을 뜻할 것이다. 그래서 도마뱀이 역(易)의 상징이 된 것이다. 어쨌거나 역에서는 이 세상을 쉴 새 없이 변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우주 자체도 흘러간다. 우(宇)라는 글자는 '상하사방(上下四方)'을 뜻한다. 하늘, 땅, 동서남북을 가리키는 공간이다. 주(宙)라는 글자는 '왕고래금(往古來今)', 곧 끊임없이 지나가는 옛과 끊임없이 다가오는 지금, 말하자면 무한시간(無限時間)을 뜻한다. 우주라는 말 자체에 공간과 시간이 함께 들어 있는 것이다. 이미 4차원의 세계를 이해하고 있었다.

둘째, 변하는 중에도 변하지 않는 줄기가 있고 바뀌는 중에도 바뀌지 않는 대목이 있다. 이것을 불역(不易)이라고 한다. 해와 달이 운행하고 춘하추동이 차례로 갈마들듯이 인간 사회에서도 살아가는 큰 줄기(大經大法)는 변하지 않는다.

셋째, 역은 변역과 불역을 뜻하지만 그 원리가 어렵거나 복잡한 것은 아니다. 역을 이간(易簡)이라 풀이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역의 원리는 쉽고 간단하다는 것이다. 역이라는 것이 우주 만물이 생겨나고 소멸하고 머물고 움직이는 원리이고, 이를 본받은 인간세계의 삶이 싹트고 자라고 죽어가는 원리이며, 복과 화(禍)와 성(盛)하고 기우는(衰) 이치를 깨우쳐 주기 때문이다. 이런 거창한 원리 내지 철학을 담은 역이 어째서 쉽고 간단하단 말인가? 역시 원리이기 때문에 쉽고 간단하다는 것이다. 원리에 순응하면 복이 오고 원리에 거슬리면(逆理) 재앙을 부른다. 역은 원래 점치는 원리이지만 점도 사실은 간단하다. 착하고 순리적인 것이면 좋고, 악하고 역리적인 것이면 나쁘다. 길흉(吉凶)이 별 것이 아닌 것이다.

이상으로 역의 세 가지 뜻을 들었다. 첫째는 변하고 바뀐다(變易), 둘째는 바뀌지 않는다(不易), 셋째는 쉽고 간단하다(易簡). 이 원리에는 시대를 거치면서 고도의 철학적 사색과 심오한 사상적 의미가 부여되었고, 그것은 동양인의 머리 속에 깊이 뿌리박게 되었다.

역사의 새벽에 숲이 있고 땅이 기름지고 물이 풍부한 곳에 정착을 해서 농사 짓기를 시작한 사람들 속에서 형성된 역의 사상은, 자연과 내(我)가 조화를 이루고, 궁극적으로는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경지를 뜻한다. 말하자면 천인합일(天人合一)이고 물아일여(物我一如)이다. 하늘을 배우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인간은 사실 태어나면서부터 자연 그대로 순수하다. 착한 성품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유학에서 세상[現世]을 긍정적으로 보고 인간을 낙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